봉준호 감독 살인자, 괴물에 이어 이번엔 히키코모리!
2008년, 봉준호가 선택한‘히키코모리’
살인자, 괴물에 이어 또 한번 관객을 사로잡는다!
봉준호 감독은 늘 과감하고 독특한 소재를 선택해 앞서가는 감독으로 자리매김해왔다. 2003년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살인의 추억>은 개봉 당시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드라마와 배우들의 연기력이 어우러져 흥행에 성공했다. 이후 <추격자>와 같은 잔인하고 충격적인 소재의 영화가 흥행할 수 있었던 발판을 마련한 셈이기도 하다.
2006년, 봉준호 감독의 어릴 적 막연한 상상력이 발단이 되어 한강에 사는 괴물을 소재로 한 영화 <괴물>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국에서는 흥행한 적 없는 괴수영화라는 점과 막대한 제작비가 들어간다는 약점은 논란거리가 되었다. 그러나 <괴물>은 보란 듯이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최단 기간 흥행 스코어를 기록했다.
그런 그가 이번에도 가장 먼저 ‘히키코모리’란 소재를 선택했다. 봉준호 감독의 <흔들리는 도쿄> 이후 <외톨이><김씨표류기>와 같은 ‘히키코모리’를 소재로 한 영화가 줄을 잇고 있다.
봉준호 감독은 도쿄라는 도시에 대해 ‘외로움’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그 외로움을 표현하기 위해 고독의 극단이라고 할 수 있는 ‘히키코모리’를 선택한 것이다.
‘히키코모리’는 일본에서 시작된 신조어로 지금은 일본의 사회적 문제로 자리잡았다. 1970년대 입시과열로 인한 일본 청소년들의 등교 거부에서 시작된 ‘히키코모리’. 당시 일부 청소년들은 학교에 가지 않고 은둔해 있다가 저녁 때가 되어서야 밖으로 나왔다고 한다. 현재 일본 전체 인구의 1% 가량이 ‘히키코모리’라고 한다. 장기적 경기침체와 청년실업률 증가는 그런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되는 사람들을 계속 낳고 있는 것이다.
히키코모리가 사랑에 빠졌다! <흔들리는 도쿄>
봉준호의 첫 번째 ‘멜로’로 다시 태어나다!
그러나 봉준호가 그리는 ‘히키코모리’는 좀 다르다. 외로움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히키코모리’를 선택했지만, 그는 주인공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그래서 영화 <흔들리는 도쿄>는 오히려 풋풋하고, 싱그러운 느낌이다.
히키코모리 주인공이 11년 만에 눈을 마주친 피자배달원 소녀에게 사랑을 느끼고, 그녀를 찾기 위해 11년 만에 외출을 감행한다는 위트 있는 설정은 순수하면서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봉준호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디테일한 연출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생수병, 피자박스, 두루마리 화장지 등 다양한 잡화들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차곡차곡 정갈하게 정리된 히키코모리의 집안은 봉준호의 꼼꼼함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배달원과는 절대 눈을 마주 치지 않는다, 식사는 서서 하는 게 소화가 잘된다는 등의 구체적인 표현들은 히키코모리 주인공에 대한 호감과 함께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히키코모리 역의 ‘카가와 테루유키’가 보여주는 섬세한 내면연기와 히키코모리를 11년 만에 집 밖으로 끌어낸 피자배달원 역의 ‘아오이 유우’의 묘한 매력이 더해져 더욱 아름다운 영화 <흔들리는 도쿄>는 봉준호 감독의 첫 번째 멜로로 관객들의 오감을 자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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